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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m /release 2025.6.15
/the sound of breathing
/숨의 소리, 숨비 소리

멀지 않은 바다 곳곳에 형광 주황빛의 테왁이 둥둥 떠 있고 그 옆으로 물질하는 해녀의 머리가 폭 올라옵니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호잇 휘잇 휘이~, 참았던 숨을 내뱉는 소리, 숨비소리입니다. 다라데이 촬영 중에 숨비소리를 만났습니다.

the sound
of
breathing

숨의 소리, 숨비 소리

바당 울리는 호이 호잇 호이 호잇
부른다고 노래 아니라
시퍼런 저승 빠져 나온 우리 어멍 눈물소리

바당 울리는 호이 호잇 호이 호잇
부른다고 노래 아니라
이승문 두드리는 우리 어멍 한숨소리

부른다고 노래 아니라
이승문 두드리는 우리 어멍 한숨소리

-숨비소리, 배은희 3번째 싱글 앨범

해녀들의 물질에는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라는 말이 따라다닙니다. 물질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물살에 저항하며 물 속에서 참아야하는 숨. 그 속에서 느리게 흐르는 시간에 비해 숨은 빠르게 가빠옵니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 어쩌면 그 이상으로 끊어질 듯할 숨의 찰나에 물 위로 올라와 새로운 생명의 숨을 맞이합니다.

호잇 휘잇 휘이~ 가쁜 숨을 가라앉힙니다.

호잇 휘잇 휘이~ 가쁜 숨을 가라앉힙니다.

숨비소리는 안전을 알리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물 위로 올라온 해녀들은 서로를 확인하고 각자의 숨비소리에 추임새도 넣어줍니다. 아마도 이런 의미겠죠.

잘 올라왔구나, 숨 가득 마시고 또 들어가보자.

어떤 악기도 어떤 사람도 따라 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생명의 소리에 가만 귀를 기울여 봅니다.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잘 쉬는 숨으로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늘 호흡하고 있지만 호흡을 잊고 살아가기 일쑤입니다. 어쩌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깊은 한숨에 문득 알아차리게 됩니다.

지금의 마음 상태를 바라보게 됩니다. 늘 애쓰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어쩌지 못하고 지켜내야 하는 일들과 임무에 갇힌 채 답답함을 느낄 새도 없이 하루하루를 흘려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숨을 깊이 마시고 천천히 내쉬어 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숨을 쉬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힘을 길러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느껴봅니다. 이미 일어난 일들은 지나가 버린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지금 맞닥뜨린 상황에 그대로 직면합니다. 호흡 속에 머물 때 이 모든 것이 가능함을 느껴봅니다.

제주의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물에 둥둥 떠있는 테왁이 보이면 잠시 차를 멈춰 세워보세요. 가까이서 해녀들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휘이 내뱉는 숨비소리, 잘 내쉬는 숨의 소리를 들어봅니다. 따라 숨을 내쉬면서 얼마간 평온해지는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

illust  drdrdr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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