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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분의 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되도록
채식. 칠분의 오
/

As vegan as possible 5/7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2025.7.30
/ 칠분의 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요가를 수련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중요한 원칙처럼 전해집니다. 요가 철학 속에는 아힘사(Ahimsa) 즉,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많은 요기들이 이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채식을 선택하거나 지향합니다. 몸을 가볍게 하고 소화를 편안하게 해 주는 식단은 아사나(동작)와 호흡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돕고, 마음을 맑게 하여 명상과 쉼에도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살피며 유연하게 조절하고 나만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 아닐까요? 그 과정에서 발견한 한 끼가 오늘의 요가처럼 당신을 더 단단하고 건강한 삶으로 이끌어 줄거라 생각합니다. 조금씩, 자연스레 당신만의 리듬을 찾아가게 해 줄 거예요.

제주의 동쪽, 행원리에서 발견한 한 끼 – 칠분의오

제주 바다와 가까운 행원리 마을, 단단한 철학을 품은 식당 〈칠분의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되도록 채식.’
이 문장은 <칠분의오>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일주일 중에 다섯 날쯤이면 충분하다는 듯, 이곳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다정한 격려를 건넵니다. 비건은 어렵다는 부담 대신 조금씩이라도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담아냅니다. 매일 100% 완벽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만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한 끼를 내어 놓고자 하는 마음은 식당 곳곳에서 그리고 담백한 음식 한 접시에서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지역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하고, 강한 자극에 지쳐 있는 미각과 마음이 편안히 머물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오늘의 요가가 하루를 단정히 세우듯, 이곳의 한 끼는 당신의 일상에도 조용히 스며들어 고요하고 건강한 리듬을 만들어 줄지 모릅니다.

이러한 철학을 담은 공간을 만든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이 길을 걸어왔을까요? <칠분의오> 김지현사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칠분의오>를 운영하기 까지, 김지현사장님의 이야기

Q. 제주에 이주해 오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제주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부터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주에 이주한 지 벌써 십수 년이 되어버렸어요. 왜 제주에 오게 됐는지도 이제는 잊어버릴 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잠깐 머물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이곳의 공기와 풍경, 사람들이 주는 느슨함에 스며들어 이렇게 오래 머무르게 됐어요.

Q. 채식이나 비건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예전에는 육식을 포함한 모든 음식을 탐식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제주에 와서 짧은 거리도 차로 이동하고, 놀고 먹다 보니 체중이 급격히 늘었어요. 중년에 접어들며 건강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운동을 시작했죠. 그러면서 “내가 먹는 게 나를 만든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체중감량이 목적이었지만 건강한 식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식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고요. <칠분의오>도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를 파는 식당이 없어서 시작하게 된 공간이에요. (웃음)

사실 처음에는 붉은 육류를 포함한 메뉴로 구성된 브런치 식당이었어요. 그런데 대용량의 식재료로서 육류를 손질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아, 이건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명이 빠져나간 물질성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그 날 이후로는, 내가 만질 수 없는 재료로 된 음식을 낼 수는 없다는 마음이 들어서 메뉴에서도, 제 생활에서도 붉은 고기가 빠지게 되었어요.

Q. 사장님도 비건이신가요? 그 이후 삶의 변화에 대해 들려주세요.

저는 아마 영원히 ‘비건 지향’일 것 같아요. (완벽하지 못하다는 이야기예요.) 칠분의오 공간 안에서는 완벽에 가깝게 비건을 실천하고 싶어서 논비건 재료는 아예 두지 않아요. 하지만 외부 활동이나 모임 자리에서는 아주 가끔 페스코(생선 포함) 정도는 허용하는 유연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해요. 나의 기준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나 상황도 존중하고 싶어요.

Q. ‘지속 가능한 비건/채식’이란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완벽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 길고 자주 지속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두 걸음 앞으로 갔다가 한 걸음 뒤로 가도 괜찮아요. 결국엔 어느 방향을 보고 서 있느냐, 그 방향으로 갈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칠분의오>를 운영하기 까지, 김지현사장님의 이야기

Q. <칠분의오>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칠분의오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되도록 채식.
7이라는 ‘완전함’을 상징하는 숫자에서 5만큼만 채운 상태예요. 언제나 100% 완벽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만큼 채식과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어요. 그리고 이 마음이 ‘비건은 어렵다’는 부담감 대신, ‘조금씩이라도 해보면 충분하다’는 격려가 되었으면 해요.

Q. 식당을 직접 운영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운동과 체중 감량을 위해 단백질, 생채소, 적절한 탄수화물로 식사를 구성해서 몇 달간 해봤는데, 컨디션이 너무 좋아졌어요. 그런데 외식을 하려면 제주 시골에는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건강한 한 끼’를 모토로 식당을 시작하게 됐어요.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간단한 식사를 함께 판매했던 경험도 있어서, 이번에는 커피보다 식사에 중심을 둔 가게를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죠.

Q. 처음 이 공간을 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누구든 이곳에서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식은 모두에게 맛있을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최소한 이 공간에서는 불안함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싶었어요. 안전한 기분이 들 수 있도록요.

Q. 식당을 오픈 한 첫 날을 기억하시나요?

종달리라는 마을에서 테이블 3개 짜리 작은 공간을 얻고, 혼자 주방에서 오래 테스트하며 지냈어요. 그러다 “아,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하고 조용히 오픈했죠. 요란하게 홍보하고 싶지 않았고, 내 마음의 준비가 된 날 조용히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팔로우도 거의 없는 인스타그램에 “오늘부터 오픈해요”라고 아주 작게만 올렸는데, 나중에 친구들이 왜 몰래 열었냐며 혼냈어요. (웃음)

Q. 식당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순간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따뜻한 손님은 매일 새로 갱신될 만큼 많아요. 이렇게 외진 장소에 일부러 찾아와 주시고, “비건 음식을 마음 편히 먹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실 때마다 ‘내가 틀린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니구나’ 싶고 마음이 참 따뜻해져요. 아기들이나 반려견과 편하게 갈 곳이 없었는데 잘 있다 간다고 인사해주시는 것도 늘 기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가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어주면 정말 뿌듯해요.

음식 이야기

Q. ‘건강한 음식’이란 어떤 음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몸에 필요한 영양을 채워주고, 환경과 내 몸에 해가 적으며,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먹어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Q. 자주 사용하는 재료나 애정하는 식재료가 있나요?

무엇보다 지역에서 나는 제철 농산물을 재료로 쓰고 싶어요. 자주 쓰는 재료는 그 철에 가장 싱싱하게 나오는 것들이고, 계절마다 바뀌는 재료를 저도 즐기는 편이에요.

Q. 비건 생활 후 마음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이게 꼭 비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채식을 하고 나서 화가 좀 줄어든 것 같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있어요. (웃음)

일상 이야기

Q. 음식이 쉼이 되어준 순간이 있다면?

식당을 운영하면서 탐식의 생활을 잘 못하게 된 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맛있는 걸 먹는 순간은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요. 그릇 하나에 이것저것 막 섞어서 끼니를 때워도, 그 순간이 참 좋아요. 저는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Q. 쉼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럴 땐 뭘 하나요?

식당이라는 게 생각보다 고강도 노동이라 쉬고 싶다는 생각은 꽤 자주 들어요. 그런데 저는 제주에 살고 있잖아요. 문 하나만 나가면 넓은 하늘이 있고, 길 건너에는 바다도 있어요. 그럴 땐 멍멍이 몸줄 채우고 그냥 나가서 걸어요.

Q. 바쁜 날에도 꼭 지키는 건강한 습관이 있다면?

아침에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요.

Q. 앞으로 칠분의오를 통해 나누고 싶은 가치나, 그리고 있는 작은 미래는?

단단하게, 오랫동안 <칠분의오>라는 이름과 그 의미를 지키고 싶어요.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심이 되는 공간’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안심에는 재료에 대한 안심, 공간에 대한 안심, 그런 것들이 다 포함되어 있어요.

illust  drdrdrdrawing

*DDM은 건강한 지구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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